오랜만에 현재 가지고 있는 펜의 굵기 비교를 해 보았다. 빌려주기도 하고 처분하기도 해서 가지고 있는 펜의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따라서 같은 색을 넣어서 흐름 비교와 흐름에 따른 색 표현 등을 중점적으로 보면 될 것이다.
총 7자루의 펜이 비교 대상으로 쓰여졌다. 어제까지 시험공부를 하느라 무난한 푸른색 계열을 많이 사용해서 거의다 푸른색 계열 잉크가 들어 있었다. 위의 사진은 보정이 된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색 비교용으로는 참고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글씨 두께, 잉크 흐름 측면에서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1) Pilot Capless Decimo F
캡리스는 일기쓰는 용도로 사용하다가 일기의 양은 점점 많아지는데 배럴도 가늘고 닙도 가늘어서 한페이지만 넘어가도 손이 피로해지기 시작하여 요즘은 잘 쓰지 않는다. 다이어리용으로 그나마 쓸만하다. 그러나 다이어리도 캡리스로 쓰지 않는다. 다이어리에 쓰기에는 지나치게 흐름이 좋아서이다.
2) Lamy Safari EF
이런저런 다이어리를 쓰다보면 만년필에 잘 맞지않는 뒤에 번지는 다이어리가 있기 마련인데 프랭클린플래너가 그렇다. 아예 맞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뒤비침이 꽤 있어서 캡리스는 부적절하다고 생각이 된다.
캡리스를 쓰려면 EF가 그나마 적절해 보이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캡리스 EF는 F닙과 굵기는 거의 같아보이지만 긁는느낌만 더 심해져서 굉장히 나쁜 기억만 있다. 따라서 다이어리에는 라미 EF닙을 이용하여 기록을 하는데 아주 적절하다.
라미 스틸닙들은 흐름이 박한 느낌이고 따라서 A4에 필기를 할 때는 답답해서 잘 사용을 하지 않는데 올해 새로 산 프랭클린플래너 아뜰리에 다이어리에는 아주 제격인 것 같다. 몽블랑 JFK 주입해서 사용중인데 색도 아주 마음에 든다.
3) Pilot Prera M
위의 사진을 보면 프레라 M닙과 라미 EF닙의 두께가 거의 같아 보인다. 그러나 흐름은 프레라가 월등히 좋다. 라미 EF와 글씨 두꼐는 거의 같고, 잉크도 같은 잉크를 주입했지만 잉크를 뱉어내는 양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프레라가 훨씬 진하게 보인다. 흐름이 꽤 좋은 제이허빈을 넣었지만 그래도 차이가 난다. 라미 스틸닙은 제이허빈의 잉크가 얼마나 묽은지 잘 보여주며, 프레라는 라미 스틸닙과의 비교를 통해 잉크 흐름이 다를 때 어떠한 결과를 내는지 잘 보여주는 비교대상이 된다.
4) Lamy Alstar M, Pelikan M400 HM, Pelikan M600 EF
라미 M닙과 서독산 펠리칸 M400 HM, 현행 펠리칸 M600 EF닙을 비교해보면 셋 다 거의 비슷한 두께를 보여준다. M600 EF가 그나마 얇아 보이지만 같은 범주로 분류하겠다.
라미 M닙의 경우 라미 스틸닙이 그렇듯 부드럽지만 박한 흐름을 보여준다.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형기에 속하지만 그렇게 손에 감기는 느낌도 들지 않고 필기감도 그저 그렇다.
서독산 Pelikan M400 HM닙은 M닙이라고 보면 된다. 팁이 정말 정교하게 잘 다듬어져 있다. HM이라는 것은 Hard Medium이라고 알고 있는데 당시에 생산되던 펠리칸 닙들은 약연성(Semi-Flex)닙이어서 하드닙을 따로 만들었던 것으로 안다. 필기감이 굉장히 뛰어나다. 그러나 그렇게 두껍지도 않으며 흐름도 굉장히 좋아 잉크의 농담을 잘 확인할 수 있다. 펠리칸은 역시 빈티지가 최고이다. 펠리칸 구형 F닙이나 EF를 구한다면 일제 F닙정도까지는 경쟁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펠리칸 120 EF닙을 하나 구한 상태인데 굉장히 얇다. 일단 프레라 M닙보다는 얇다.
현행 펠리칸 M600 EF닙... 형편이 없다. 닙 분할도 겉보기에는 제대로 되었지만 그것은 윗면에서 봤을때만 그런 것이고 아래쪽에서 바라보면 닙분할이 형편이 없다. 현행 펠리칸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닙 가공의 문제가 나에게서도 일어났다. 그나마 제일 오래 쓴거라서 부드럽긴 한데 필기각도 좁고 닙파트도 엉망이라 그런지 닙이 피드와 결합은 되어있는데 고정이 되어있지 않고 막 돌아간다. 배럴 굵기도 적당하고 해서 그냥 가지고 있을 뿐이다... M400과 비교해보면 흐름은 상대적으로 박하지만 그래도 펠리칸 답게 평균 이상은 한다.
5) 몽블랑 149 F닙
F닙과 M닙 사이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흐름은 정말 엄청나다. 몽블랑 특성상 닙에 굵기가 표시되어 있지 않고 7~80년대 빈티지여서 닙 스티커는 달아나서 없고 (그 당시 몽블랑에도 스티커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닙 분할이 약간 어긋났지만 중간에서만 그런 것이고 팁부분에서의 닙 분할은 아주 완벽하다. 그리 많이 쓴게 아니어서 그런지 종이에 따라서 헛발이 아직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장시간 필키시에 흐름이 박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에보나이트 피드가 노후에 따라 구멍이 많이 막혀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인지 시대별로 차이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 149 하나가 더 있었는데(비슷한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보유중인 것은 14C, 내보낸 것은 18K) 이것은 에보나이트의 사방이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었는데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은 에보나이트가 옆면, 안쪽면만 젖어있는 것이 보이고 피드 정면은 항상 말라붙어있다.
필기감은 좋은 편에 속하며 그렇게 뛰어나다고 하긴 좀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흐름도 좋고 희소성을 고려한다면 참 좋은 펜이 아닐까 싶다.
만년필 닙 굵기별로 서술을 하였는데 중간중간 다른곳으로 빠지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만년필 입문할 때 참고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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